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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기에게 젓가락을 선물 받았다. 작년 생일 때 주려고 했다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 이제 준다고 했다.

 

“누나, 올해 선물은 아니죠? 작년꺼 맞죠?”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웃더라. 맛있는거 많이 먹으라는 리추얼 선물이라고 했고, 집에와서 보니 젓가락이다. 나무 재질로 된 핸드 메이드 젓가락이라서 서로 모양이 조금 다르다. 자연스러우면서 매력있다.

 

메이슨커리는 리추얼을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고 얘기했다.

 

나에게 리추얼이란,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듣는 것, 음악을 들으며 나를 드러내지 않고 글을 쓰는 것,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나에게 선물을 해주는 것.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먹는 것에 대한 리추얼이라. 숙제를 받은 느낌도 든다.

 

그러고 보니, 인생에서 젓가락을 선물로 받아본 건 처음이다. 쓰던 막걸리 잔을 주신분도 있긴 했다. 잔을 주신 지인의 지인이 “이거 아무나 주는거 아니에요.” 라면서 부러운 눈빛으로 추임새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사 먹는 음식이 질려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요걸 써봐야겠다.

 

동료들과 빙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느낀건데, 난 밥먹는 속도가 느리다. 원인을 알고 보니 수다 때문이다. 주변 동료들은 물에 빠지면 입부터 잠길 사람들이다. 물고기와 수다 떨기 위해서.

 

밥 잘 챙겨 먹으라는 의미의 선물인 것 같다. 밥은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고마우면 “밥 한번 살께”, 누가 아프면 “밥 챙겨 먹어”, 만나고 싶으면 “밥 한번 먹자” 관계를 매개하는 의미다.

 

사실 난, 사람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 관심 없는 사람은 이름도 못 외우고, 전화번호에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도 죄송스럽게도 누구냐고 물어보는 실례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무례하게 보일 때도 있다. 인사도 잘 안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아무도 없진 않다. 아무나가 없을 뿐이다.

 

철 지난 선물이지만, 고맙다.

 

“밥 한번 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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