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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수업 과제 내용이다. “기억에 남는 쇼핑 경험 및 매장”에 대해서 작성했었다.

 

“추억”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감이 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 지나간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하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연필이다. 사각사각 연필심 소리, 쓰다보면 뭉툭해지는 연필끝, 연필을 깍는 과정에 가치를 부여하고 연필에 대한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2016년에 오픈한 연필 전문 매장인 “작은연필가게 흑심”은 연필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흑심은 연남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매장은 3층에 있으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빈티지스러움이 넘쳐 흐르는 인테리어, 덕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주로 취급하는 상품들은 단종 된 브랜드나 예전 디자인을 유지하는 오래된 연필들, 연필과 관련된 메모지, 필통, 연필깍기, 연필캡 등 연필과 관련된 물품들이 함께 구비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된다. 연필들을 보고 있으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고 연필로 글을 쓰면 내가 작가가 된 듯 글을 엄청나게 잘 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코끝으로 전해오는 연필 냄새가 참 좋다. 잊고 있었던 연필 냄새가 나에게 연필이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매장 분위기이다.

 

흑심에서는 연필이 진열된 곳곳에서 큐레이션 문구를 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보자들에게 점보 연필을 추천한다는 안내였다. 목수에게는 굴러가지 않는 납작한 연필을 추천한다는 문구도 있다. 다양한 모양, 두께의 연필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월트 디즈니, 존 스타인 벡 등 유명 작가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연필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시필을 하다보면 그들이 왜 이 연필을 사랑했는지 그 느낌이 전해지고 흑심의 존재 이유를 느끼게 된다. 매장 한쪽에는 마음속에 각인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짧아져서 사용하지 못하는 몽당연필을 가져가면 1인당 최대 5개까지 특별 제작한 초록색 새 연필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하면서 연필을 짧을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연필을 구매하면 원하는 문구를 각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필에 대해 주인장의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특이한 점은 영수증을 인쇄하지 않고, 종이에 날짜와 금액을 연필로 적어준다.

 

작은 연필가게 흑심은 연필을 구매한다는 느낌보다는 특별한 오브제를 구매한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매장내에 방문한 손님들이 연필을 꼼꼼히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이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처럼 보인다. 흑심은 연필을 과거의 산물로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즐기는 멋진 공간을 제공한다. 이름은 흑심이지만, 사실은 멋진 마음을 선물해주는 가게이다.

 

흑심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내가 만드는 제품, 서비스에 대해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고 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팬”으로 만들어야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유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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