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기술적으로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다르게 물리적이고 측정 가능한 용량을 지니고 있다. 아날로그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예시는 음악이다. 오르골의 손잡이를 돌려서 감으면 실린더가 회전한다. 실린더가 회전하면서 튀어나온 금속 줄무늬가 원통을 통해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준다. 그리고 많이 사용할 수록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소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반면, 디지털은 세월의 흔적이 없다. 몇 번을 들어도 오차가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예전에는 편지를 많이 썼다. 전화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을 좋아했었다. 그 시절에는 연필, 볼펜 혹은 만년필로 편지를 썼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연필, 만년필을 좋아한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이 도구들은 매우 아름답고 아날로그적이며 교묘하면서 우아한 무언가가 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의사소통은 키보드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텍스트 및 이메일에 의존한다. 더 이상 누군가로부터 향기로운 편지를 받지 못한다. 한자한자 써 내려가면서 단어 및 문장을 만드는 정성이 사라져간다. 그래서인지 점점 사람들이 감성적이지 못하고 문해력이 낮아지는 것 같다.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영화 “인턴”을 생각해보자. 로버트 드니로는 앤 해서웨이가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의 인턴십에 선발되었다. 그는 매일 양복을 입고 우아해보이는 낡은 서류가방을 들고 위엄과 우아함을 갖추고 행동하기에 눈에 띈다.

 

해서웨이: “옷을 차려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로버트 드니로: “괜찮다면 정장을 입는게 편해요.”

 

해서웨이: “올드 스쿨”

 

로버트 드니로: “적어도 저는 눈에 띄겠죠.”

 

물건이나 사람이 낡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당신은 어떤가? 눈에 띄는가? 당신이 옷을 입는 방식과 사용하는 도구는 당신이 누구인지 나타낸다. 당신의 행동과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당신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도 있지만, 단서는 남긴다.

 

때때로 우리는 결과에 너무 집착해서 과정이 기쁨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아날로그 스타일로 한자한자 적는 것보다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Copy & Past를 하여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쉽게 보낼 수도 있다.

 

어딘가를 돌아다닐때 주머니나 가방에는 카메라가 있다. 이 카메라는 디지털이긴 하지만 매우 오래된 카메라이다. 찰칵하는 것외에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 단순하다. 그냥 피사체가 보이면 스냅 형태로 찍는다. 사진이 잘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는 찍은 후에 알 수 있다. 보정은 사치다.

 

헌책방을 좋아했다. 어느 시점부터 동네 주변에 헌책방이 사라졌다. 오래된 서점에서 먼지 묻은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보물찾기하는 것이 재미였는데., 재미를 느낄려면 강북으로 넘어가야 한다. 저자가 싸인해 준 책부터, 검색이 불가능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 저렴한 가격… 매력있다.

 

지금 세상은 효율과 편리로 설명된다. 그래서 우리는 빠른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기다림이 어렵다. 자동차, 택시, 지하철, 버스, 배달, 패스트푸드 주변 모든것이 빠르게 돌아간다. 그래서 잃는 것도 많다. 사색하면서 걸어보기, 직접 필기해보기, 느리게 행동해보기, 연필 깍아보기.

 

생성형 AI가 점점 더 활성화되면 글을 쓰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나 또한 시간을 아끼지만 시간을 줄이지 못해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늦으면 늦는대로, 지각하면 지각 하는대로 느리고 천천히 살아보려고 노력중이다.

 

얼마전 교수님 말씀중에 숏폼 콘텐츠가 인기 있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난다.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속에서는 우리는 정말 많은 부분들을 계속 잃어 갈 것이다. “느림의 가치”를 챙겨야겠다.

728x90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매력  (0) 2024.07.06
다시 어린아이가 되려면  (0) 2024.07.06
당신의 인생이 영화라면  (0) 2024.07.06
추억이 아닌 취향을 파는 작은연필가게 “흑심”  (0) 2024.07.06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0)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