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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샵때 별 얘기없이 시 한편이 등장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를 읽은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담쟁이”를 읽으면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담백하게 위치한 단어들이 주는 메시지가 벅찼다. 현실의 벽이 있으니 모두 합심하여 이겨냅시다. 라는 말보다 시 한편을 보여주니 참 멋스럽다.

 

편지를 보내던 시절에는 시를 제법 읽었던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감성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도 큰 것 같다.

 

감성이 천대받는 시대다. 어디가서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허세” 부린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표현보다 시가 주는 모호한 표현이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걷는 길도 자세히 보면 어제와는 조금이라도 다르다. 꽃잎 혹은 개똥이 있기도 하다. 관심을 가지고 봐야 보이는 것이다. 내가 매일 읽는 메일과는 다르게 “시”는 단조로움과 익숙함에서 낯섦을 준다. 같은 것이지만 다름을 알려준다.

 

예전에 동아리방 테이블에 누군가 써놓은 노래 가사가 있었다.

 

벌레 - 작자 미상

여름이 다가오면
모두들 벌레약을
여기저기 뿌려데느라 바뻐

갑자기 벌레들이 불쌍해져
그들이 잘못한것도 모르는데
만약에 인간들이 벌레들처럼 죽는다면

너무 잔인해
너무 슬퍼
제발 벌레를 죽이지 말아요

너무 잔인해
너무 슬퍼
제발 벌레를 죽이지 말아요

 

내가 발견하고 멜로디를 입혔던 기억이 있다. 저 글을 쓴 사람은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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