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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동료는 가르마 중앙에 흰머리가 있다. 2개월전인가 흰머리를 가릴 수 있는 머리띠를 선물해주기로 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을 물어본 기억이 있다.

 

“어떤 머리띠가 좋을 것 같아요?”

 

“벨벳이면 좋겠어요. 좀 심심하지 않고”

 

요구 사항이 어려웠다. 벨벳 소재에 심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선물을 주기란 어렵다. 특히 놀리거나 사주고 싶다는 마음에 선물하며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일방적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예전 회사에서 “마니또” 게임을 한적이 있었다. 서로 얼마나 서먹했으면 마니또 게임을 했을까? 약 한달정도 마니또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날에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내고 짠~ 하고 밝히는 게임이었다. 어떤 선물을 고를까 고민을 많이 했었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연필”을 선물했다. 파버카스텔의 단풍나무 연필과 편지를 전달했다. 아래는 편지 내용이다.


내 선물을 받으신 당신께 이 말을 해주고 싶네요.

 

단풍나무에는 인생과 견줄만큼 깊은 의미가 녹아있습니다.

 

첫째, 단풍은 처절한 생존 경쟁의 한 부분입니다. 가을에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함입니다.

 

둘째, 단풍은 자신을 희생시켜서 또 다른 생명을 잉태시킵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밑거름이 됩니다.

 

셋째, 단풍은 자연의 질서대로 움직입니다. 단풍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번져갑니다.

 

넷째, 단풍은 저녁 노을과 함께 보면 더 아름답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은 또 하나의 석양이고 저녁 노을입니다. 다섯째, 단풍은 떨어져도 나무는 항상 곧은 자세로 세월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단풍보다 못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나친 탐욕과 욕심때문입니다. 당신도 단풍나무처럼 변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과 단풍은 긴 여행을 마치고 결국은 떠나왔던 최초의 그 장소로 돌아갑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여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지 않길 바라며, 2019년도에는 단풍나무처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 당신에게 온 이 편지는 4일안에 당신을 떠나야 합니다. …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7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 기억해주세요 이 편지를 보내면 행운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행운의 편지 문장으로 인해, 사이가 더 서먹해진 기억이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은 선물을 받는 사람의 “반응”이다.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받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주 감동적인 모습으로 받으면서 “고마워”라는 얘기를 듣기를 바란다.

 

주문한 선물이 도착하지 않아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던 차., 아침에 메시지가 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ㅎ 머리띠가 왔네요 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사진을 보내주셨다.

 

 

“오, 뜯어 보셔야죠.”

 

또, 사진을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 흰머리가 덜 보이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소녀 같으십니다 ㅋ, 요거 제가 활용해도 되는 짤이죠? ㅋㅋ”

 

“어디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ㅎ 최대한 얼굴을 가려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다 좋아하시는 느낌이다. 그래서 허가를 받고 여기에 “박제” 했다. (출연료 드려야 하겠지?)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그 사람을 떠올리고 수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시간까지 덤 으로 들어간다. 물건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말 그대로 “선물”(정성을 담아 주는 물건)이다.

 

작년부터 “고생”이 많으셔서 흰머리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올해는 “고생” 덜 하고, 흰머리를 머리띠로 잘 가리면서 “밥벌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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