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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동기 왕언니의 초대로 아로마 공방에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기에 공기 중에 “흙 냄새”가 진했다.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영화 미션에 나온 엔리오 모리꼬네의 “Gabriel’s Oboe”가 잔잔하고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고, 밝은 공간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스몄다.

 

사장님께서 아로마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와인을 몇 잔 마신 후에 들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여러 향을 맡아보면서 느낀것은 상황에 따라 에센셜 오일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 에센셜 오일마다 장점이 있는데., 향을 맡았을 때 내가 좋아하는 향이 아니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그 향을 선택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몸에 좋은 것들도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발생할 것 같았다.

 

옛말에 “쓰면 좋은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향을 맡았을 때의 “즐거움”도 포함이 되어야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향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페퍼민트, 레몬, 프랑킨센스, 주니퍼베리 4가지를 선택했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린아이처럼 “기다림”이 이리 지루할줄이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현대 사회이고 현대 사회는 “자극”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모두가 예민하고, 쉽게 아파진다.

 

위에 공방에 갔던 얘기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Nirvana에 빠졌던 시절에 커트코베인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읽고 작곡을 한 곡이 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궁금해서 소설을 읽고, 영화도 봤던 기억이 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언어”, “시각”, “청각”등 다양한 것이 것이 존재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그루누이)은 특이하게도 “후각”에 집착한다.

 

그루누이는 천재적인 후각을 갖고 태어났고, 모든 단어들을 냄새로 습득했다. 그가 익히기 어려운 단어는 냄새가 없는 추상적 단어들이었다. 감사, 행복, 사람, 양심 등

 

그루누이가 향기를 영원히 붙잡고 싶어하는 이유와 그가 만들고자 했던 완벽한 향수가 무엇인지는 영화나 책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가 저지르는 과정과 결말은 아름답진 않다.

 

개미사회는 페로몬으로 소통하기에 여왕개미의 페로몬은 절대적인 힘이다. 그루누이는 이런 매커니즘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 “향수”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나에게는 어떤 냄새가 날까?”와 “나는 어떤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다.

 

에센셜 오일을 경험하면서 매일 내가 뿌리고 다니는 향수와 다른 점은, 오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향이라는 점과 여기서 얻은 “긍정 효과”가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이고, 매일 뿌리는 향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방어” 효과였다. 매력을 어필하는 의도와 함께 악취를 덮는 기능적인 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오브젝트들도 제각기 고유한 향기를 갖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이 먹은 만큼 살아온 삶에 대한 향이 배어 나온다고 생각한다.

 

“향기롭게 나이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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