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지인이 책정리를 해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지인 집에 방문하니 난장판이다.

 

방 하나가 서재 겸 옷방이었는데, 이 방을 옷방으로만 쓰고 침대방으로 책장을 옮겨서 정리하고 싶다고 한다.

 

화장대와 거울, 전신 거울을 옷방으로 옮기고, 옷방에 있던 책장을 침대방으로 옮겼다.

 

문제는 책정리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어떤 기준으로 정리 할꺼에요?”

 

“왼쪽 상단은 역사, 그 옆은 자기개발, 맨 아래는 전공 서적, 중간은 소설, 그 옆은 만화, 그 옆은 미술, 그 옆은 사진 관련 그리고 인테리어…”

 

“지금 여기 있는 책 테트리스를 해야 다 들어갈 것 같은데… 그냥 크기별로 정리하는게 어때요? 꺼내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먼지 쌓인거 봐봐., 장식용 아님?”

 

“책은 원래 종이라서 먼지가 잘 쌓여요. 제 생각대로 해보죠.”

 

“다음엔 종이책 사지 말고, 그냥 아이패드 하나만 둬봐요. 심플하고 보기도 좋고.”

 

“예전에 산거라 어쩔 수 없어요. 요즘은 전자책으로 읽어요.”

 

“책 정리 시작전에 스스로 생각해야 해요. 이 책이 꼭 필요한지, 함께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정리 못하는거 보니깐 장식용인데…”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주는 책들은 남겼고, 시대 및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책들은 버렸다.

 

지인 생각대로 정리가 될 무렵,

 

“아니 이 책은 왜 모양이 제각각인거야?”

 

같은 시리즈의 책인데 책의 깊이와 높이가 달랐다.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불량”

 

말없이 계속 책을 정리하는데 지인이 얘기했다.

 

“저기 바닥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산 좀 줘봐요. 여기에 두게”

 

“나무와 신이겠지.”

 

“착각했어요. 좋아하는 작가에요.”

 

“…”

 

정리를 하면서, 마츠모토 게이스케가 쓴 “청소 시작”이라는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처음엔 물건 두는 곳을 듣고 외워서 정리 정돈을 했을 뿐인데, 
이것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물건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물건이 어디에 있을지 물건에게 물으면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하는 것.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부 정리하진 못하고, 아주 조금만 남겨 놓은채 집으로 도망왔다.

 

저 정도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고, 나머지는 스스로 고민하면서 자리를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햇반”과 반찬가게에서 산듯한 “반찬”들., 그리고 “밀리의 서재” 계정을 공유 받았다. 지인이 계속 구독을 해야 하기에, 전자책의 장점등을 깨알같이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 계정 공유 받은 것만 해도 행복한 “밥벌이” 한 하루다.

728x90

'LIFE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420  (0) 2024.07.07
20240414  (0) 2024.07.07
향기  (0) 2024.07.06
투표  (0) 2024.07.06
벚꽃  (0)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