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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만년필과 연필 한 자루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 필기를 해야 할 상황이면 항상 만년필을 사용중이다.

 

외출 할 때도 메모장, 만년필 그리고 연필을 지니고 다니려고 노력중이다. 이게 없으면 뭔가 허전하면서 불안감이 생긴다. 막상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지니고 다니지만 필기하는 일이 적었고 막상 필기를 하려고 하면 잉크가 막히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한동안은 볼펜을 지니고 다녔다.

 

만년필은 자주 사용해주지 않으면 잉크가 마른다. 그래서 막히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려면 이틀 혹은 하루에 한번은 무언가를 끄적여야 한다. 자주 꺼내서 사용해야 잉크의 흐름이 좋아진다.

 

요즘 거의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잉크 주입을 이틀에 한번씩은 한다. 만년필 잉크는 컨버터와 카트리지 두가지를 사용한다.

 

카트리지를 산 이유는 조만간 해외로 갈 이유가 생겨서 비행기 안해서 잉크가 새면 안되기에 미리 주문을 했고, 잉크병을 휴대하지 않기에 필요 시 사용하기 위함이다.

 

나는 컨버터로 잉크를 주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만년필의 컨버터를 빼서 잉크병을 열고 푹 담가서 잉크를 주입할 때는 하루동안 고생한 만년필에게 밥을 먹이는 느낌이다. 배부르게 먹고 내일을 위해 푹쉰다.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종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무 종이나 사용하면 안된다. 뒤에 베기기도 하고, 필기감이 좋지 않은 종이도 많기 때문이다. 힘을 빼고 좋은 종이에서 필기를 하면 쭈욱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 들면 좋은 종이이다. 종이 위를 지나가면 잉크를 종이가 빨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손의 피로도가 적다.

 

계속 만년필을 사용하다보면, 만년필은 나에게 완전히 길들여지게 된다. 그래서 애착이 가고 쾌감을 느낀다. 내 손에 맞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를 위해 존재하는 필기구인 셈이다.

 

오래 쓸수록 점점 맞춰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 이것이 만년필을 사용하는 매력이다. 아래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처럼, 만년필과 나는 서로 길들여지는 관계다.

 

“이리와서 나하고 놀자”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지금 아주 슬퍼…”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말이야?”

 

“그건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가 생긴다고?”

 

“그래.” 여우가 말했다.

 

“지금 내게 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게 없어. 그래서 난 네가 필요 없어. 너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해빠진 여우들과 전혀 다를게 없는 여우일 뿐이니까.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져.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될꺼고.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테니까.”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생텍쥐페리 어린왕자中

 

사람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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