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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씨, 저는 완전히 변이 된 흡혈귀가 아니에요. 저도 과거에 멘솔 사탕의 영향을 받았지만, 해독제를 통해 그 영향을 억제하고 있죠. 제 눈이 붉지 않고 송곳니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에요.”

 

“해독제라고요?” 현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그 해독제를 먹을 수 있는 건가요?”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해독제는 완전한 치료제가 아니에요. 일시적으로 증상을 억제할 뿐이죠. 성보 제약에서 개발 중인 해독제가 완성되면 그때 완전히 치료될 수 있을 겁니다.”

 

현아는 놀랐다. “성보 제약을 어떻게 알고 계시죠?”

 

팀장은 남은 혈액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턱을 받치고 지그시 현아를 바라보았다.

 

“현아 씨가 성보 제약 연구팀의 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저에게 멘솔 사탕을 먹였던 것 부터 이미 다 계획된 거였나요?”

 

현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가 뭔데 나를 이렇게 만들 수 있냐 말이다.

 

“너 이 쉐리., 일루 와 봐.”

 

현아는 팀장의 목에 송곳니를 박았다. 그리고 피를 들이켰다.

 

그 순간 현아의 붉은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송곳니는 짧아져서 더 이상 피를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으윽…” 팀장이 신음했다.

 

“나에게 송곳니를 꽂을 줄은 몰랐네요. 이렇게 되면 저는 더 이상…”

 

순간 팀장의 모습이 쭈굴쭈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루가 되면서 사라졌다.

 

현아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독제로 억제하고 있는 사람이 물리면 가루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있는 장소를 스마트폰 지도에 저장하고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왔다.

 

집에 돌아온 후, 침대에 쓰러졌다. 정신적인 충격과 몸이 나른해졌기 때문이다. 해독제로 억제하는 몸은 억제하기 전의 상태랑 너무 달랐다.

 

“피를 괜히 마셨어…” 그렇게 현아는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현아는 눈부신 빛에 잠을 깼다. 태양 빛을 맞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억제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과거랑 다르게 갈증도 생기지 않았다. 이대로 살아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문득, 홍박사에게 받은 해독제가 생각났다. 전 회사 팀장을 만나려고 한 이유가 그가 사탕을 주었기에, 그가 흡혈귀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기미상궁으로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가루가 되었다.

 

고민스러웠다. 이 해독제를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현아는 약을 냉장실에 보관했다. 이 약의 효력을 아직은 신뢰할 수 없었다.

 

성보 제약 연구실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 붉은 눈이 사라졌어요.”

 

“태양을 쐐도 아무렇지도 않아. 송곳니도 사라졌고., 거의 성공한 것 같은데?”

 

연구원들은 그들의 해독제가 현아를 치료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홍박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홍박사가 현아에게 말을 걸었다.

 

“현아 씨, 해독제 먹은 거 맞아요?”

 

“네! 해독제를 먹으니 이렇게 돌아왔어요. 홍박사님 대단해요. 따봉 드릴게요.!” 홍박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홍박사의 표정이 돌변했다.

 

“내가 준 해독제 먹지 않았잖아!”

 

현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먹었으니까, 이렇게 변했죠. 제가 뭐로 이렇게 되었겠어요?”

 

홍박사가 흥분된 어조로 얘기했다.

 

“당신이 카페에서 물었던 그 사람 천팀장 말이야. 그 사람 피로 인해 그렇게 된 거잖아.”

 

“홍박사님이 천팀장을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저랑 천팀장이랑 카페에 갔던 것도 어떻게 알고? 저 미행했어요?”

 

홍박사는 격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페 직원이 알려줬어요.”

 

홍박사는 화가 많이 난 모습이다. 이제까지 차분했던 그가 해독제를 먹지 않았다고 속이는 것에 격분한 것이다.

 

현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홍박사님… 사실 속이려고 했던…”

 

순간 홍박사가 현아의 입술을 덮쳤다.

 

“으윽… 홍박사님… 이건… 좀…”

 

현아가 홍박사를 밀치니, 홍박사가 현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많이 놀랬죠?”

 

홍박사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나를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에요. 어떻게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요? 매력적이야.”

 

홍박사는 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말을 이어나갔다.

 

“타는 냄새나지 않아요?”

 

“무슨 냄새요?”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

 

순간 현아의 머릿속을 스치는 과거의 추억이 있었다. 연변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그곳에서 만나던 친구들 중에 에릭을 닮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현아에게 했던 이야기이다. 아쉽게도 그 남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 남자, 그 녀석의 환생인가? 이런 이야기는 낯짝이 그 녀석만큼 두꺼워야 나오는 건데… 그 녀석이 틀림없어!)

 

“홍박사님, 저에게 준 해독약을 먹으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가요? 당신하고 이렇게 된 마당에 해독제를 먹겠어요.”

 

“안돼! 그 해독제를 먹으면 안 돼!”

 

홍박사가 현아를 제지했다.

 

“그럼 해독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에게 준 그 약은 모예요?”

 

“그건 해독제가 아니에요. 다른 이의 지시를 받아 당신을 해하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홍박사는 엉엉 울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된 이상, 제가 어떻게든 해독제를 만들 거예요. 그 약은 폐기 하세요.”

 

현아는 홍박사를 토닥여주고 신뢰의 따봉과 행운의 럭키 세븐 제스처를 취한 뒤 약을 폐기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해독제를 넣어두었던 냉장고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늑대인간처럼 보이는 괴물이 으르렁 거리면서 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봉숙아~~~ 너 어떻게 된 거야. 봉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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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작업도 힘을 내볼께요. 어떻게 후원 창구를 달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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