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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숙이는 현아의 강아지이다. 냉장고에 보관한 해독제를 먹고 이상 증상이 발생한 것 같았다. 인간의 말을 단어만 내뱉을 수 있게 되었다.

 

“현아?”

 

현아는 깜짝 놀랐다. 멍소리만 했던 봉숙이가 인간의 말을 한 것이다.

 

“너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어?”

 

“그래"

 

“너 해독제는 왜 먹은 거야? 어쩌려고 먹었어?”

 

봉숙이가 현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맨날…, 혼자…. 먹어”

 

“안 되겠다. 나랑 같이 홍박사님에게 가자.”

 

현아는 봉숙이를 데리고 홍박사님에게 찾아갔다.

 

“홍박사님, 그 해독제를 먹고 봉숙이가 말을 해요.”

 

홍박사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했다.

 

“사실, 그 약은 사람을 어눌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봉숙이가 먹고 나서 이상 증상이 발생한 것 같아요.”

 

“치료제는 없는 건가요?”

 

순간, 봉숙이가 홍박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현아… 입냄새" 그리고 현아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입술…”

 

순간 홍박사와 현아는 얼굴이 빨개졌다. 몇 시간 전 발생한 그 일이 떠오른 것이다.

 

봉숙이는 연구실 내의 여자 연구원에게 다가가서 킁킁거렸다.

 

“홍박사… 냄새…”

 

홍박사는 당황해하면서 봉숙이를 가로막았다.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약을 먹더니 코가 이상해진 것 아냐?”

 

봉숙이는 홍박사에게 다가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현아… 저 여자… 냄새…"

 

홍박사는 천재 과학자로 유명했지만, 그의 사생활은 복잡했다. 봉숙이는 홍박사에게 이상한 냄새를 맡은 거였다. 그 냄새는 현아의 냄새도 있었지만, 낯설고 여러 사람의 향이 섞여 있었다. 봉숙이는 호기심에 홍박사의 연구실을 짧은 시간에 탐색을 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여성의 냄새가 배어 있는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봉숙이는 10살이지만 사람 나이로는 노인이다. 자신의 후각을 이용하여 현아에게 홍박사의 상황을 알린 것이다. 현아는 봉숙이의 행동을 보고 홍박사의 비밀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홍박사님,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죠. 진실 게임을 해봐요.”

 

홍박사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아, 진실 게임이라니., 재미있겠네.”

 

현아가 먼저 질문을 했다.

 

“홍박사님, 당신은 나를 정말로 사랑하나요?”

 

홍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현아. 너는 나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야.”

 

현아는 그의 대답을 듣고 안심한 듯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봉숙이는 옆에서 낮은 소리로 짖었다. 현아는 봉숙이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이번에는 홍박사가 질문을 했다. “현아, 너는 나와 함께 있을 때 좋니?”

 

현아는 깊은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행복했지, 당신이 입술을 덮쳤을 때부터, 하지만 요즘 당신의 행동이 신경 쓰여. 다른 여자들이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홍박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말도 안 돼. 그런 소문을 누가 퍼뜨리는 거야?”

 

현아는 봉숙이의 코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

 

“홍박사님, 사실 봉숙이가 당신의 비밀을 눈치챘어요. 당신 주변에 다양한 여성의 냄새가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홍박사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봉숙이가 어떻게 그런 걸 알 수 있지?”

 

현아는 봉숙이를 데리고 홍박사의 연구실로 갔다. 그리고 봉숙이를 풀었다.

 

봉숙이는 연구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물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홍박사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현아가 말했다. “이 냄새는… 다른 여성의 향수 냄새야. 그리고 여기는 또 다른 여성의 흔적이 있어.”

 

홍박사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었다.

 

“미안해, 현아., 나는 너를 갖고 싶었지만, 내 욕심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났어.”

 

현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의 신뢰는 깨졌어요.”

 

현아는 홍박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순간 봉숙이가 반찬 케이스로 다가가더니 꼬리를 흔들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또 먹는 거 타령이야?” 현아가 봉숙이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봉숙이 앞에는 배추김치가 담긴 반찬통이 놓여 있었다.

 

 

현아가, 뚜껑을 열자. 홍박사가 제지했다.

 

“내가 사무실에서 먹으려고 가져온 거야. 왜 맘대로 열고 그래? 날 이렇게 만든 봉숙이에게는 나눠줄 수 없어.”

 

현아는 한 손에 배추김치를 들고 천천히 홍박사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여러 여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배추김치가 그 증거예요.”

 

“무슨 소리야?”

 

“저 여자 옷에 이 김치국물이 묻어 있잖아요.”

 

홍박사는 눈을 크게 뜨며 물러섰다. “현아, 진정해. 그건 오해야.”

 

하지만 현아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힘껏 배추김치를 들어 올려 홍박사의 싸대기를 갈겼다. 배추김치의 양념이 홍박사의 얼굴에 튀며, 연구실은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였다.

 

“따악!”

 

홍박사는 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아는 배추김치를 내려놓으면서 손가락을 쪼옥 빨았다.

 

“맛은 있군.”

 

그리고 봉숙이를 안아 들었다. “이제 나는 당신과의 관계를 끝낼 거예요.”

 

홍박사는 얼굴에 묻은 김치 양념을 닦으며 현아를 바라봤다. 배추김치의 일격은 홍박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고개를 숙이고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현아는 그런 홍박사를 남겨둔 채 사무실을 떠났다.

 

“따악!” 순간 뒤에서 싸대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아가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 그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사무실을 벗어나 집으로 가고 있을 때, 멀리서 앰뷸런스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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