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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증상을 느끼시죠?” 의사가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

 

“이가 가려워요. 그리고 자라나는 거 같아요.”

 

“아… 해보세요.”

 

현아는 입을 크게 벌렸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지금 왼쪽에 있는 이랑 오른쪽에 있는 이의 높이가 달라요. 환자 말씀대로 자라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 제가 이 나이에 이가 자란다고요?”

 

혹시 뭔가 이상한 것을 먹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현아는 곰곰히 생각했다. 다이어트 중이었기에 매일 먹던 음식을 먹었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다 멘솔 사탕 생각이 났다. 달라진 것은 멘솔 사탕을 먹었던 것뿐이었다. 의사에게 설명을 하니, 의사가 멘솔 사탕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고는 성분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멘솔 사탕을 의사에게 넘겨준 후, 집으로 돌아왔다.

 

“뱀이야, 뱀이야, 맛도 좋고 몸에 좋은…”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아씨? 여기 병원입니다. 급히 오셔야겠어요.”

 

병원에 가니, 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 의사가 물었다.

 

“사무실에 있던 거예요.”

 

“혹시, 이걸 먹고 난 후 무슨 꿈이나 몸에 이상 증상이 생긴 건가요?”

 

처음 사탕을 먹던 날 현아는 이상한 꿈을 꾸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고대의 성에 있었다. 성의 주인은 낯선 노인이었고, 노인은 현아에게 이상한 멘솔 사탕을 건네며 말했다.

 

“이 사탕을 먹으면 너는 선택받은 자가 될 것이다.”

현아가 깨어났을 때, 입안에는 여전히 강한 멘솔의 맛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녀의 이가 조금씩 아파왔던 것이다.

 

거울을 보니 송곳니가 조금 더 길어져 있었다. 그래서 병원을 찾은 거였다.

 

순간, 현아를 바라보던 의사가 소리를 질렀다.

 

“으악!”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현아가 물었다.

 

“당신… 눈이 빨갛게 보여.” 의사는 겁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아는 당황해서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고, 송곳니는 더 길어져 있었다. 

 

“이게 도대체…” 현아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아는 자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낮이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밤이 되면 힘이 넘쳤다. 그녀는 밤바다 강렬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갈증은 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느 날 현아는 자신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거리로 나가 헤매다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 사람의 목에서 뛰는 맥박 소리가 현아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현아는 본능적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미안해요…” 현아는 속삭이며 송곳니를 그 사람의 목에 꽂았다.

 

순간 현아는 자신이 흡혈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멘솔 사탕은 단순한 사탕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대의 흡혈귀가 자신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만든 사탕이었다.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했다. 그녀는 낮에는 어두운 곳에서 숨고, 밤에는 사냥을 했다. 그녀의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은 현아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의아해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흡혈귀가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아는 자신이 선택받은 자가 되었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누가 이 사탕을 만들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탕의 출처를 추적하기로 했다. 사탕 포장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작게 적힌 제조사의 이름과 주소를 발견했다.

 

“성보 제약…” 현아는 중얼거리며 인터넷을 뒤졌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녀는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성보 제약은 평범한 제약회사 같았다. 현아는 정문에서 경비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회사에서 만든 사탕에 대해 문의할 게 있습니다.”

 

경비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현아를 안내 데스크로 데려갔다. 그리고 중년 남자에게 연락했다.

 

멀리서 덩치 좋은 중년남자가 다가오더니 말을 건넸다.

 

“저는 성보 제약의 연구개발 부장, 홍박사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홍박사가 물었다.

 

현아는 멘솔 사탕 포장지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사탕을 먹고 나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송곳니가 길어지고, 눈이 빨개지고… 저는 지금 흡혈귀가 된 것 같습니다.”

 

홍박사는 현아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따라오세요.” 그는 현아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로 들어선 홍박사는 문을 잠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 멘솔 사탕은 일반 사탕이 아닙니다. 고대 흡혈귀의 피를 추출해 만든 특별한 제품이죠. 이 사탕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인데, 어떻게 당신에게 갔는지 모르겠군요.”

 

현아는 충격에 휩싸였다. 

 

“고대 흡혈귀의 피라니… 대체 왜 그런 사탕을 만든 거죠?”

 

홍박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회사의 창립자인 주사장님은 고대 흡혈귀와 관련된 비밀을 연구하던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인간과 흡혈귀의 중간 단계를 만들어 불멸의 생명을 얻고자 했죠. 그러나 그 연구는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중단되었고, 그 결과물인 사탕은 몇 개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나요?” 현아가 간절하게 물었다.

 

홍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해독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당신과 같은 사례를 연구해 왔습니다. 만약 당신이 협조해 준다면, 해독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아는 잠시 고민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홍박사의 제안에 동의하고 연구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저를 돕겠다는 말이죠?”

 

“아니요. 당신이 저를 돕는 겁니다. 함께 이 문제를 풀어봅시다.”

 

그날부터 현아는 성보 제약의 연구실로 이직하게 되었다. 회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된 것이다. 혈액 샘플과 신체 변화를 관찰하며 연구팀은 해독제를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현아는 점점 연구팀과 가까워졌고, 그들 역시 현아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 연구팀은 드디어 해독제의 초기 버전을 완성했다. 홍박사는 해독제를 현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성공을 기원합니다.”

 

현아는 고민했다. 이것을 먹어야 할까? 위험하지 않을까? 지금 나는 영생의 몸 아닌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홍박사님,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먹도록 할게요. 혹시 피해 줄 수 있기에…”

 

홍박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는 멘솔 사탕을 건네준 팀장을 만나러 전 회사로 향했다. 때마침 팀장이 로비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어? 현아 씨, 오랜만이에요. 그때 연락도 없이 퇴사를 하셔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택배 물건을 확인하는 강아지도 잘 지내지요?”

 

“차 한잔 할 수 있을까요?”

 

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지금 약속이 있어서, 차를 마시기에는…..”

 

순간 현아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미소를 띠면서 블링블링한 송곳니를 보여줬다.

 

“바쁘세요?”

 

현아의 모습을 본 팀장은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담배 연기가 자욱한 카페에는 벨벳골드마인의 OST인 “Hot One”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팀장이 주문했다.

 

“아이스 A형 혈액이요.”

 

“그란데 사이즈 괜찮으시죠?” 점원이 말했다.

 

“벤티로 주세요.” 팀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지?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야?” 현아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혈액을 주문한 거야?

 

현아의 혼란을 감지한 팀장이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

 

“이 분은 이곳에 처음 오셨으니, 시음 패키지로 주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놀랐죠?”

 

“네, 저에게 멘솔 사탕을 주신 것부터, 지금 상황까지 몹시 놀랍고 당황스럽고 화가 나네요.”

 

팀장은 당황한 현아를 향해 웃음을 보이더니, 아이스 A 혈액을 쭈욱 들이켰다.

 

“꺼억, 마셔봐요. 어떤 타입이 맞는지 본인이 느껴야 하니까…”

 

“지금 저보고 이걸 마시라고요?”

 

현아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팀장을 물어버릴까? 제압을 해서 털어놓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의문이 생겼다.

 

(왜? 그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다르지?)

 

그녀는 빨간 눈에 송곳니가 있는데, 팀장은 없었다.

 

“왜? 저랑 모습이 달라요?”

 

팀장은 씩 웃더니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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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2편까지 썼네요. 다음 글은 한가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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