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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Oasis)를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 오아시는 1991년 잉글랜드에서 결성된 록 밴드다. 형제가 주축이 된 밴드인데 둘이 사이가 엄청 안좋다. 비틀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형제도 비틀즈의 광팬이다.

 

학교 2학년때 동아리에 새로운 기수들이 들어왔다. 그중 학교생활도 잘하고 알바도 잘하는 녀석이 있었다. 키도 한 172정도 되었고 엄청 밝았다. (키가 쪼금 큰 사람이 좋다.)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에 모여서 연습 할때, 자주 봤었었다. 그 시절에는 4개의 기수가 동시에 있었기에 시간대별로 연습실을 나눠서 써야 했다. 같은 동아리내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기에 주변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여느때처럼 연습을 하고 있는데, 선배가 그 아이에게 물어봤다.

 

“넌 어떤 스타일이 좋아?”

 

“손가락 길고, 다재다능한 사람 좋아요.”

 

어느날 수업을 듣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바람 쐬고 싶어요.”

 

“나 수업 안끝났는데?”

 

“언제 끝나요?”

 

“30분 후?”

 

“정문에서 있을께요.”

 

수업 끝나고 만나서, 산책을 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어느날 부턴가 그 아이가 나에게 자기 친구 얘기를 자주했다. 남자친구랑 3년을 사귀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헤어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어지면 되지 뭐가 어렵냐?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어느날 동아리 연습 끝나고 다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가려고 나왔다. 밤이었기에 평소처럼 그 아이 자취방으로 데려다주려고 친구랑 셋이서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오늘은 안데려다줘도 된다면서 먼저 막 걸어갔다. 무슨 일이지? 좀 멀리 떨어져서 잘 들어가는지 보려고 천천히 걸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나오더니 그 아이를 태우고 사라졌다. 좀 황당하기도 해서 집앞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오토바이가 집앞에 도착했고, 그 아이가 나를 보더니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갔다. 오토바이 주인은 왠 남자아이였다.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누구시죠?”

 

“남자 친구인데요?”

 

“사귄지 얼마나 됐어요?”

 

“3년이요. 그런데 누구시죠?”

 

“전 당신보다 늦게 만난 남자친구에요. 좀 화가 났는데, 당신이 더 열받을 것 같네요.”

 

그리고, 돌아갔다. 화가 나기도 하고, 예전에 그 아이 친구 얘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왜 몰랐을까, 참 답답한 내 자신이었다. 난 직설적으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냥 직설적으로 얘기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바보같이 같은 동아리에서 연애 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결말이 되면, 둘 중 하나는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난 그 아이가 떠날까 걱정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음성 메시지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친구 얘기가 자기 얘기였다. 그날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봤으니 타이밍이 안좋았다. 우리 어떻게 되는거냐 등등 울음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 답변은 했다.

 

어딘가에 놀러가서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시간이 지나서 나를 버리고 버스가 떠나가도 나를 사랑하는 많은 샐리는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그 버스에 타지 않고, “내”가 올때까지 버스에서 내려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샐리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지만 기다려준다. 그래서 화가 난 채로 뒤돌아 보지 말아야 한다.

 

샐리가 떠나가도 화가 난 채로 과거를 뒤돌아 보면 안된다. 화난 상태로 인생을 뒤돌아 보면, 행복했던 순간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기억속의 샐리도 사라지고 만다.

 

그 당시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 그도 나에게는 “샐리”였다. 내 곁에서 나를 위로해주던 몇 몇 “샐리”… 그들도 “나”처럼 힘든 시간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는 “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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