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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로젝트로 인해 별도로 사무실을 얻어서 멤버들이랑 본사 밖에서 업무 중이다.
오전에 본사에 들려 미팅을 하고, 간식과 냉장고를 구비한 다른 팀에 방문하여 쇼핑을 했다.
 
과자를 먹으니 목이 말랐다.
 
"음료수 있어요?"
 
"물 밖에 없을걸?"
 
"물 좋아요. 하나 먹을게요."
 
냉장고 문을 여니 아래의 광경이 펼쳐졌다.
 

 
오른쪽은 삼다수, 왼쪽은 볼빅이다. 맛있고 좋은 것을 먼저 먹는 아주 바람직한 습관을 지닌 나는 자연스럽게 볼빅을 집어 들었다.
 
물을 마시면서 아는 분들의 자리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어? 그 물 마시면 안 되는데요?"
 
"왜요? 냉장고에 있던 건데?"
 
"볼빅을 마시면 안 돼요. 삼다수를 드셔야 해요."
 
순간, 난 볼빅이라는 물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뉴스에 뭔가 나왔나 보다. 이 물을 버려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팀장님만 마실 수 있어요."
 
"에이 설마요. 그런 게 어딨어요?"
 
"진짜예요. 저번에 누가 볼빅 마시다가 혼났어요. 물로 인해 열차 꼬리칸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수국열차네요. 그럼 전 맨 앞칸에 있는 거군요. :)"
 
앞칸에 탑승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늘 내가 목격한 "수국열차"는 물로 인한 하나의 폐쇄된 생태계였다. 정해진 계급에 따라 볼빅을 마실 수 있었다. 이 룰이 싫으면 사 먹던지, 삼다수 혹은 정수기 물을 마시면 된다. 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볼빅 오너는 물에 대한 균형과 질서를 강조한다. 꼬리 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가 생각났다. (이전 글 참고)
 
무엇이 옳은 것인가? 삼다수라도 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체제에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설국열차의 대사가 떠오른다.
 

이게 하도 오래 닫혀 있어서 다들 벽인 줄 아는 모양인데, 이게 사실은 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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